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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준비 없이 던진 한 걸음, 그 끝은 무너짐이었읍니다

나는 작은 공장의 사장이었읍니다.

공장도, 사무실도, 거래처도 없었읍니다.

그저 지인 사장님께서 내어주신 공장 한쪽에 사무실 한 칸.

그리고 서른 해 가까이 손끝에 익힌 기술 하나

그게 전부였읍니다.

불려지는 호칭이 바뀌었읍니다.

차장님에서 사장님으로 너무 어색했지만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마음으로

작은 책상 앞에 앉아 혼자 속삭이듯 되뇌었읍니다.

 “이제 나도 사장인건가.”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읍니다.

정말 최선을 다해 해내고 싶었읍니다.

도면은 그릴 수 있었읍니다.

현장은 익숙했읍니다.

기계도 다룰줄 알았읍니다,

 

하지만 사업은… 설계로는 할 수 없는 영역이었읍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매일 달력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읍니다.

결제일이 다가오는 게 무서웠읍니다.

매출보다 먼저 빠져나가는 고정비,

늘어나는 거래처의 미수금,

은행 이자, 카드값, 세금,

그리고 가장 무서운 직원들의 급여…

결제일이 가까워질수록 계산기 소리에 숨이 막혔읍니다.

 

머릿속은 늘 회사일로 가득했읍니다.

아이들 얼굴을 봐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읍니다.

엄마가 왜 이렇게 예민해졌는지,

아이들은 몰랐겠지만 나는 늘 미안했읍니다.

몸은 점점 약해져 갔읍니다.

어깨는 무거웠고, 잠은 줄었고, 입맛은 쓰고

목으로 뭔가를 넘기는것이 너무 힘겨웠읍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읍니다.

나는 견뎌야 하는 사장이었기 때문에

 

"문을 닫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나는 숨 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읍니다

하루하루가 고통이었읍니다.

머릿속은 계산기처럼 숫자만 맴돌았고,

가슴속은 자책과 후회, 두려움으로 가득했읍니다.

 

문을 닫는다는 건, 단지 공간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었읍니다.

그 안에 걸려 있던 나의 자존감과 자부심이 나의 생이 무너져 내리는 일이었읍니다

 

공장은 문을 닫았읍니다.

 

사무실 문도, 작업장도, 철제 캐비닛도 하나둘 정리하고 나니

남은 건 낯선 적막뿐이었읍니다.

그날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나왔을 때,

나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읍니다.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기보다는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텅 빈 머리로 텅 빈 공장에 텅빈 표정으로 서 있읍니다

 

문을 닫은 뒤, 사람들은 물었읍니다.

“요즘 좀 쉬니까 좋지?” “이제 뭐할 거야?” “그래도 다시 시작하면 되지.”

그 말들이 칼날처럼 가슴에 박혔다.

아무도 악의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나는 상처로 가슴에 박혔읍니다

 

침대에서 눈을 떠도 일어나야 할 이유가 없었읍니다.

이제는 하루 종일 아무 일정도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읍니다.

방 안엔 계산기 소리도, 전화벨도, 직원의 목소리도 없었읍니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혹시 빚 독촉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는 고개를 돌리고 싶었읍니다.

아니,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읍니다.

‘내가 이렇게 약한 사람이었나.’

통곡에 가까운 설움을 남몰래 쏟아 내었읍니다.

몸은 쉬고 있었지만 내 안의 나는 계속 무너지고 있었읍니다.

 

공장문은 닫았지만, 나는 아직 나를 놓지 못했읍니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내가 아직 쓸모 있는 사람일까.

그 질문들이 밤마다 이불 속에 나를 가뒀읍니다.

눈을 감으면 이 상황에서 편안해 질까.

죽음으로 이 상황이 다 정리될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지만 죽음으로서는 해결할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읍니다

정신을 차려야만 했읍니다.

내가 무너지면 나의 아이들이 힘들어진다

 

우선 내 마음을 보듬어야 했읍니다

그래서 써보기로 했읍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했고, 어떻게 무너졌으며,

그 안에서 어떤 마음으로 버텼는지를.

나에게도 위로가 되고

나처럼 힘들어 하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그리고,

이런 선택에서 어찌해야 하는지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다음 글 예고

👉 [2화. 첫 거래처 대우조선해양, 그 이름에 속았다]

: 거래처, 기대와 착취 사이의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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