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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그 이름을 기억한다

D조선해양과의 거래를 접은 후,
나는 절박해지기 시작했다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기회를 찾아야 했다.

계속되는 적자와 밀려오는 고정비에
"이대로 무너질 순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도금업체 이사를 통해 소개받은 곳이 있었다.
동경산기.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나는 업체의  '배경'을 믿었다
"원청은 한전입니다.
믿고 진행하셔도 됩니다."

원청이 한전.
금액은 3억.
동경산기에서 요청한 금액이었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지만 10%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거부 할수가 없었다
아니, 거부할 여유가 없었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덤벼들었다

공사는 시작됐다.
하지만 문제는 곧 드러났다.

동경산기는 공정관리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 회사였다.
설계도 없이, 진행 순서도 없이,
뒤죽박죽 공정을 흘려버렸다
용접 공정이 끝나야 도금 공정이 이어지는데,
도금공정과 용접공정의 순서를 바꾸는 등
제각각 일을 벌였다.

 

제작비는 처음 예산의 두 배로 뛰었고,
결제는 밀리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계산기를 두드리며 버텼다.
2억은 자재비,
8천만 원은 도금비.

결제일이 다가오자 자재업체와 도금업체는
연일 독촉했다.

나는 어쩔수 없이 원청인 한전에 직접 지급 요청을 했다.
자재업체, 도금업체 역시 각각 한전에 지급 요청을 넣었다.

하지만 현장은 엉망이었다.
납기일은 다가오고,
불량은 쌓이고,
공정은 지연됐다.
제작비는 걷잡을수 없이 늘어갔다

결국, 동경산기는 공사 도중 폐업했다.

납품이 완료되지 못한 상태에서
남은 제작비 2억 8천만 원이 고스란히 내 몫으로 넘어왔다.

자재업체는 우리 집에 가압류를 걸었고,
매달 200만 원씩 갚겠다는 조건으로 공증을 강요했다.

 

 

나는 그 모든 서류에
눈물을 삼키며 도장을 찍었다.

도금업체는 비싼 변호사를 붙여 한전으로 부터
선 지급을 받아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멈췄어야 했다.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발을 뺐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멈추면 끝일 것 같았다.
멈추면 나 자신이 사라질 것 같았다.

 

나는 그 모든 서류에
눈물을 삼키며 도장을 찍었다.

도금업체는 비싼 변호사를 붙여 한전으로 부터
선 지급을 받아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멈췄어야 했다.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발을 뺐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멈추면 끝일 것 같았다.
멈추면 나 자신이 사라질 것 같았다.

 

 

《5화. 너무 멀었고, 너무 버거웠다》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상처를 끌어안고, 희망을 품고, 또 다른 시작을 선택했다.
그러나 거리는 너무 멀었고, 납기는 너무 버거웠다.
손해를 감수하고, 희망을 품었지만, 나는 점점 수렁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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