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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업의 시작
2022년 2월 다니던 회사의 사장님으로부터 지점을 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무턱대고 제조업 (제관, 용접)을 시작하였습니다. 친분이 있던 사장님이 내어 주신 사무실 하나에서 실제 제작은 하지 않고 외주발주 형식으로 1년 정도 일을 진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쳤습니다. 30여 년을 직장생활을 하던 나는 이제야 내가 원하는 일을 여유를 가지고 할 수 있겠구나 했었습니다. 여러 개의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들로 나의 내면이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의욕이 꺾이기 시작한 시기는 채 1년이 되기 전에 찾아왔습니다.
2. 사업의 과정
입찰하여 발주받고 외주제작해서 납품하는 시스템은 곧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 외주 제작업체의 불량으로 인한 클레임, 이로 인한 원청의 불신
** 납기지연 발생
** 입찰 시 저단가 책정으로 인한 적자 발생
** 자재비, 인건비의 급격한 인상
** 원청사의 무리한 인하 요구
** 부족한 인원, 무리한 확장으로 인한 관리실패
** 오너로서의 자질 부족
이런 이유들로 인해 적자는 쌓여만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고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업체를 만나게 되었고 이를 위해 나도 직접 제작을 해야 되겠다 마음먹고 사업장을 부채를 얻어 확장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이또한 실패를 하였읍니다. 제품의 불량으로 업체에 일을 이어갈수가 없었읍니다. 이즈음 큰 부피의 물량들이 의뢰가 들러오기 시작했고 또 한번 무리한 확장을 하기에 이르렀읍니다.
계속 적자가 누적되고 있었음에도 포기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실패, 파산, 회생 이런 단어들은 나의 일이 아니라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었기에 어떻게든 헤쳐나가보자 발버둥을 쳤읍니다. 어려운 사정을 헤쳐 나갈수있는 방법은 수주을 많이 해오고 작업자들이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 불량없이 납기내 납품하는거 밖에는 없었읍니다.
그렇게 2년 동안 수주는 일어났지만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주는 작업자들은 없었습니다. 만드는거 마다 불량이고 납기는 한번을 제대로 지킨적이 없었으며, 심지어는 여자인 저에게 성추행을 하는 작업자도 있었읍니다. 저는 원래 설계출신이라 사람들에게 모질게 하지를 못했읍니다. 또한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완곡한 거절로 무마할수 밖에 없었읍니다.
관리자로 앉혀놓은 사람은 자기 사업장을 따로 만들어 저의 일을 자기 공장으로 빼가기까지 하였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나 혼자 고군분투 한다 하여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고 억지로 하루하루를 버티는며 나는 몸과 마음이 망가져 가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채, 대출사기, 임금체불, 체불로 인한 고소고발, 사기로 인한 고소고발, 세금체납 등등 점점 나의 경제사정은 바닥으로 꺼지고 있었읍니다. 그러던 중 큰 건의 수주가 들어왔고 상황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계약을 하고 일을 진행하였지만 역시나 살패였읍니다. 액수가 큰 만큼 리스크도 컸습니다. 중진공, 기술보증기금 대출은 작업자들 급여로도 부족하였고 사채로 돌려 막던 자금은 더 이상은 회복불능까지 도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2024년 12월 사업장은 문을 닫았고 그렇게고 하기 싫었던 파산자 신분이 되었습니다.
3. 사업의 마무리
사업장이 문을 닫으면서 내 손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30년을 살아온 집, 타고 다니던 자동차 이것까지도 경매진행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채권자들의 독촉 그리고 미안함입니다. 나도 채권자이고 3억에 가까운 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돈만 다 받았더라면 이 상황까지 오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채권자들의 마음이 어떨지 나도 잘 알고 있지만 현재의 내 상황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읍니다. 내 마음과 상황하고는 다르게 채권자들에게 나는 자신들의 채무를 변제하지 않는 사기꾼일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걱정 되는 건 나로 인해 가족들이 고통 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가장 큽니다. 만약 가족이 없었더라면 난 이 세상사람이 아닐수도 있었을겁니다. 나하나 목숨으로 이 문제를 완전히 벗을 수 있었다면 당연히 그렇게 했겠지만 그걸로는 남은 가족들을 더 힘들게 할 수 있기에 힘을 내어 다시 서 보려고 합니다
나와 같은 상황, 고민 가지신 분 계시다면 같이 힘을 내어 보고자 넋두리에 가까운 글을 올립니다.
현재는 파산이 진행 중이고, 채권자들의 독촉전화에 시달리고, 파산으로도 내려놓을 수 없는 세금과 근로자들의 체불금으로 검찰로 법원으로 불려 다니고, 수입은 없고 당장 내일의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고, 허물어진 마음과 몸의 건강도 챙겨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지만 새벽에 배달, 청소, 현장 잡일 등등 닥치는 대로 일을 찾아 밤낮으로 뛰어다니며 기운을 차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블로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내 상황이 어떻게 진행 되는지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분들과 나누고자 글을 올릴겁니다, 저도 이 글을 적으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읍니다. 긴 글 참고 읽어주심 모든 분들 감사드리고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